교육혁신 소식
 
제목 2016 네팔 현장체험
첨부파일 글쓴이 남준우 교수 작성일 2016-03-29 조회수 314
 
 

4일간의 강의와 순수로부터의 힐링

     

                                                                                                                                                                남준우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네팔 이머전 프로그램에 참가하겠느냐는 요청을 받고는 마음이 설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성격에 내 작은 참여가 타인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기대가 있었으며 네팔이라고 하면 수많은 신이 그 사회 내에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어 이 원시의 신앙과 조우한다는 묘한 설렘도 있었다. 네팔은 통계상으로는 최빈국에 속하나 GDP에 포함되지 않는 비시장 거래가 많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GDP 규모로써 무조건적으로 한 국가의 풍요로움을 평가하기에 무리라고 경제학 교과서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 예외에 해당하는 현실을 내 눈으로 관찰하고 싶었다. 이 모두를 요약한다면 아마도 네팔을 순수라고 표현해도 좋으리라.

 

많은 사람의 친절과 환대 속에서 네팔 사제관에서 보낸 첫 밤은 이 순수의 기분만으로는 극복하지 못하는 육체의 한계를 여실히 느꼈다. 밤에 엄습하는 추위는 사뭇 준비가 철저하지 못한 자신을 탓해야 했다. 봉사며 좋은 일에 대한 내 자세가 잠재적으로는 좋은 환경과 육체의 편안함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자기 반성이 앞섰고 내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아직 뭘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육체의 편안함을 바라다니. 정말로 타인에게 봉사한다는 것은 정신은 물론이고 육체적으로도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철저하게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면서 주위 수도자들의 수도생활과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삶과 각오가 절대로 낭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는 단 며칠간의 이 강의 내용이 학생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랴 하는 작은 회의와 모처럼의 영어 강의에 긴장되었다. 더구나 학생들은 거의 모국어처럼 영어를 구사하는 학생이니 첫 강의 시작하기 전은 마치 시험을 앞 둔 학생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첫 강의에서는 학생들의 눈 높이에 맞추고자 한국 TV 프로그램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출연한 수잔과 수잔 동생 리차와의 물물 거래를 예로 들었다. 또한 그 전날 방문했던 타멜 시장에서 보았던 캐시미어 스카프의 예를 중심으로 네팔 경제가 가지는 비교 우위에 대해 설명하여 대외 교역의 편익을 설명하니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았다.

 

둘째 날 강의 시간에는 학생들이 한국과 한국 경제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고 하여 갑작스레 새 강의 준비를 해야 했다. 마치 한국 경제의 전도사가 된 듯 네팔에 와서 며칠간 느낀 점과 한국 경제 발전의 교훈을 중심으로 테마를 설정했다. 자주 끊기는 인터넷과 강의 구상으로 그 날 밤은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강의에서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한 한국 경제 성장의 교훈을 이야기 하면서 네팔 경제도 네팔인의 탁월한 손재주를 살릴 수 있는 산업에 특화하여 외국으로 수출하는 방법을 찾고 이로부터 외국기업의 진입과 직접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OC의 개념에 대해 질문하는 학생들에게 내륙 국가인 네팔로서는 운송 비용이 작게 드는 바다로 통하는 물류 루트가 필요하다고 하니 자신들끼리 웅성웅성하면서 토론이 벌어졌다. 며칠 간의 강의 중에서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남고 뿌듯했다.

 

모든 강의를 끝내고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는 사진을 보내 주기로 약속했다. 사실 아이들의 겉 모습은 성숙해 보이지만 대학 1학년이어서 아직은 어린 아이라고 생각하니 아이들이 더 사랑스럽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학생들 대부분은 이 현실에서 벗어나 외국으로 장학금의 소스를 찾아 유학을 가길 원했다. 그 길 또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좋은 방안이다 싶어 돕고 싶어졌으며, 한편으론 헬조선으로 힘들어 하는 한국 학생들이 가여워졌다. 꿈을 잃은 풍요로운 사회가 오히려 영혼이 없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4일간의 강의가 네팔 학생들의 인생에 아주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강의를 마친 오후에는 네팔인의 삶 깊숙이 활동 중인 네팔 예수회와 빈곤 퇴치의 일환으로 공부방을 운영중인 한국 샤르트르 성바오로 수녀원의 활동을 견학할 수 있었다. 대부분 타국인 인도에서 온 예수회 신부들과 한국 수녀들의 헌신은 마치 서강대학교 개교 초기의 미국 신부들의 모습을 보는 듯 하여 감동적이었다. 또한 고아원 방문 시 아주 밝은 표정으로 우리를 환영하던 고아들. 이루 말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의 강가 슬럼 지역의 천막촌에 거주하면서도 교육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가족 일가의 모습에 네팔인의 꿈과 희망을 보는 듯 했다. 외국으로 돈 벌이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아이들과 생활하면서도 우리를 환대하던 여인네의 헝클어지고 메마른 머리 속의 맑은 눈망울은 그 가족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 했다. 네팔인의 빈곤 중에서도 행복지수가 높은 비결이 무엇이냐는 우리의 질문에 가진 것이 충분(enough)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행복(happiness)으로 이끈다는 진리를 전해 주신, 평생을 네팔에서 살아온 여든의, 이제는 네팔 국적으로 완벽한 네팔인이 되신 미국 신부님. 이 순수의 나라로부터 네팔 여행에서 오히려 내가 더 힐링되고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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